(모교소식) [광운 Hot Issue] [광운인 릴레이 인터뷰] 한국-베트남 정상회담 통역 맡은 국제교류팀 루이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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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총동문회사무국 댓글 0건 조회 14회 작성일 25-09-10 16:33본문
한국-베트남 정상회담 통역 맡은 국제교류팀 루이엔 교수
‘아시아의 용’을 꿈꾸던 소녀, 이제는 국제 외교 무대의 목소리가 되다
지난 2025년 8월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국-베트남 정상회담 만찬에서 양국 정상의 대화를 이어준 목소리가 있었다. 바로 우리 대학 대외국제처 국제교류팀 루이엔(Do Ngoc Luyen) 초빙교수이다. 루이엔 교수는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의 국빈 방한 만찬에서 통역을 맡으며 양국의 협력과 우정을 연결하는 상징적 역할을 했다.

“아시아의 용, 한국이 궁금했습니다”
루이엔 교수와 한국의 인연은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릴 때 TV에서 한국을 ‘아시아의 용’이라고 표현하는 걸 보고 궁금해졌습니다. 왜 한국은 용이라 불릴 수 있었을까, 같은 아시아의 나라 베트남은 왜 그렇지 못했을까. 이러한 질문이 저를 한국학과로 이끌었습니다.”
그는 호찌민 인문사회과학대학교 한국학과에 입학해 ‘가나다’부터 한국어를 배웠다. 이후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석사,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 과정을 거치며 한국어·한국문화 연구를 심화했다.
나눔으로 이어진 한국과의 인연
한국 유학 시절 그는 공부만 한 것이 아니었다. 베트남 후배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2004년부터 ‘희망장학금’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고향 구찌현의 초·중·고 학생 64명에게 사비로 장학금을 전달했다. 이후 아시안프렌즈, 월드머시코리아 등 국내 단체와 기업가들이 뜻을 함께하면서 지금까지 1,300명 넘는 학생들이 혜택을 받았다.

“한국에서 2만~3만 원은 큰돈이 아닐 수 있지만, 베트남 학생들에게는 교복이나 학용품을 살 수 있는 소중한 돈입니다. 저는 지금도 매달 일정액을 기부하고, 통역 일로 번 수입이 생기면 더 보탭니다.”
루이엔 교수는 이 활동을 “나눔과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일”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희망장학금을 받은 학생들도 언젠가는 나눔을 실천하리라 믿습니다. 그 과정이 결국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다리가 된다는 것이 제게는 큰 기쁨입니다.”
정상 외교 무대의 목소리

지난 8월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한국-베트남 정상회담 장면[사진 출처 : 연합뉴스]
그는 이미 수십 차례 고위급 회담 통역을 맡아온 베테랑이지만, 이번 경험은 특별했다.
“이번 통역은 제자들과 함께할 수 있어 더욱 특별했습니다. 행사 규모상 통역 인력이 더 필요했는데 제자들이 나란히 그 자리를 채운 것이 큰 자부심이 되었습니다. 거시경제와 기업 관련 대화도 많이 이루어졌는데 그동안의 번역과 연구 그리고 기업 활동의 경험들이 제 통역을 뒷받침해주었습니다.”
통역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긴장감을 느끼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분들의 대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는 마음으로 임하면 부담이 줄고, 실수조차 배움이 됩니다.”
“한국과 베트남은 부부와 같습니다”
앞으로의 양국 관계에 대해 루이엔 교수는 “부부 관계”라는 독특한 비유를 들었다.
“저는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를 부부 관계에 비유합니다. 서로 장점을 나누고, 부족한 점을 채워주며 존중한다면 행복한 동반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는 한국과 베트남이 경제, 과학기술, 문화뿐만 아니라 청년 세대의 교류를 통해 미래지향적인 동반자 관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광운대에 매년 늘어나는 베트남 유학생들 역시 그 흐름 속에 있다”는 말처럼, 대학 현장 속에서도 양국 관계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강의실에서 전하고 싶은 것들
광운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루이엔 교수는 언어 지식 전달을 넘어 한국인의 정신과 태도를 함께 전하고자 한다.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낸 한국인들의 정신, 따뜻한 정, 창의적인 사고를 한국어를 통해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싶습니다. 그 정신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자기 인생의 기적을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봉화에서 베트남 마을을 꿈꾸다

최근 루이엔 교수는 경북 봉화군 홍보대사로 위촉되었다. 봉화군은 고려 시절 베트남 리 왕조 후손이 정착한 역사적 인연을 바탕으로 ‘K-베트남 밸리 사업’을 추진 중이다. 충효당 일대에 베트남 전통 마을과 리 왕조 유적을 재현해 다문화 교류의 상징 공간으로 만들고 있으며, 루이엔 교수는 이 프로젝트의 핵심 자문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 8월 24일 봉화에서 열린 경주 APEC문화고위급 대화 연계 '한국-베트남 글로벌 문화교류 행사'에는 우리 대학 베트남 유학생들도 다수 참여해 한국과 베트남의 협업 가능성을 모색하기도 했다.
“베트남 정규 교과서에서 다루지 않는 리 왕조의 역사를 봉화에서 들었을 때 전율을 느꼈습니다. 이제는 베트남 마을 조성을 통해 양국 우정의 상징을 만들고 싶습니다.”

학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광운대 학생들에게 이렇게 전했다.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설계하는 겁니다. 매일 조금씩 준비하며, 현재 가진 것에 감사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받은 은혜를 갚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글로벌 인재의 첫걸음입니다.”
모교 홍보팀과 인터뷰를 진행한 루이엔 교수
루이엔 교수의 목소리는 단순한 통역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과 베트남, 두 나라의 시간과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이다. 그 다리를 건너는 발걸음 위에서, 오늘의 학생들이 내일의 지도자가 되어 다시 두 나라를 이어가게 될 것이다. 그가 뿌린 희망 장학금은 작은 씨앗에서 출발했다. 봉화의 마을, 강의실의 가르침, 정상회담의 통역까지, 그 씨앗은 여러 형태로 자라나고 있다. 언젠가 이 씨앗들이 큰 숲을 이루어 두 나라를 그늘과 향기로 감싸게 되기를 바란다.
“한국은 아시아의 용”이라는 한 문장에서 시작된 그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봉화에서, 광운대 강단에서, 그리고 양국 청년들의 삶 속에서 그의 길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의 이야기는 한 사람의 삶이 어떻게 세계와 맞닿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의 길은 앞으로도 한국과 베트남, 두 나라의 미래 세대가 함께 걸어갈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게 할 것이다.
출처: 광운대학교 포커스 (kw.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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