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영상은 광운대학교 홍보팀에서 기업가 정신이 뛰어난 동문을 섭외하여 모교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하고 창업에 관심있는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고자하는 취지로 제작되었습니다.

지난 4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미래통합당 이영(수학·89) 국회의원을 만났다. 지난달 30일부터 제21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됐고 의정활동 준비로 한창 바쁜 모습이었다. 이 의원은 부드러운 미소와 재치 있는 언변으로 인터뷰 분위기를 이끌었다. 여유 있는 태도로 대화를 주도하는 모습에서 벤처기업 대표 출신 국회의원다운 면모가 느껴졌다.

▲제21대 국회의원 임기 시작으로 바쁜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준 이영 의원. 자료= 홍보팀

지난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미래한국당(現 미래통합당) 비례대표 13번으로 당선된 이 의원은 ICT 보안 전문가이면서도 벤처기업 대표 출신이다. 이 의원은 우리 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는 암호학 전공으로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ICT 보안 전문가로서 자신이 경험한 현장의 목소리들을 국회에 담아내겠다는 것이 이 의원이 던진 출사표다.

“대단한 일을 할 생각은 없어요. 저는 법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에는 회의적이에요. 20년간 현장에 있으면서 해결해야 할 상황들이 있잖아요. 제가 입법기관에 소속돼있으니까 그런 것들을 법률화해서 작은 거라도 결과를 내는 그런 일을 하고 싶어요.”

◆ 우리 학교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

이 의원의 대학 시절은 낭만적이지 않았다. 이 의원에게 우리 학교는 차선책이었다. 당시 이 의원은 학력고사 전기 전형에서 떨어졌고 후기 전형으로 입학한 것이 우리 학교였다. 1989년 우리 학교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우리 학교는 후기 전형 비율이 높았고 후기로 들어온 학생들은 대부분 재수 준비를 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자신이 여느 대학생들처럼 학교생활에 활발하진 않았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자신 앞에 놓인 길이 순탄하지 않을 때 인간은 더 성숙해진다. 이 의원은 대학 시절 남들보다 진지한 시간을 마주했고 그 속에서 소중한 인연을 만났다.

“우리 학교가 저한테 준 두 가지 선물이 있어요. 한 가지는 4년 장학금을 받은 거예요. 공부를 잘해서 받았다기보다는 집안이 어려웠어요. 장학금을 받지 않으면 학업을 이어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죠. 그때 수석을 하면 75만 원이 나왔고 그걸로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었어요. 두 번째는 우리 학교 김철 교수님이에요. 새롭게 부임한 교수님이셨는데, 같이 암호학을 공부해보자고 우연히 저에게 말씀해주셨어요. 90년대 초, 인터넷 보안에 대한 개념도 없었던 시대였는데요. 김철 교수님 밑에서 암호학을 공부할 수 있었죠.”

◆ 테르텐의 경쟁사, 마이크로소프트

이 의원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학자의 길을 걷지 않았다. 이론보다는 현장에서 암호학을 알아가고 싶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렇게 설립한 회사가 데이터 보안 벤처기업 ‘테르텐(Teruten)’이다. 2000년에 설립한 테르텐은 멀티미디어 DRM(Digital Rights Management) 분야에서 국내 업계 1위라 불릴 만큼 성공한 기업이다. 20년 동안 회사를 유지해올 수 있었던 비결은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기본적인 원칙을 준수하는 태도에 있었다. 설립 초기 테르텐은 회사 조직 운영에 필요한 다른 영역보다 기술 개발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테르텐은 엔지니어 4명이 모여 기술에 충실한 보안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냈고 그렇게 만든 소프트웨어 그 자체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소프트웨어의 범용성이다. 당시 테르텐은 국내 데이터 보안 시장에서 세계적 기업 마이크로소프트를 철수시켰다. 테르텐은 개발자 입장이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사업성을 고민했고 세계적 기업을 밀어냄으로써 벤처기업으로서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이 의원은 “소위 컴맹들도 사용할 수 있는 보안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 테르텐의 초기 컨셉이었다”고 전한다.

“테르텐이 마이크로소프트를 철수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범용성을 가지고 굉장히 다양한 제품을 판매했기 때문이에요. 내 것만 갖고 만드는 게 더 쉬워요. 거기서만 호환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내가 만약 소비자라면 어떤 소프트웨어를 원할까 생각했죠. 그게 테르텐이 가진 가장 큰 차별화였던 것 같아요. 다른 보안 소프트웨어와 달리 테르텐의 소프트웨어는 모든 환경을 아우를 수 있었어요.”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품위 있는 리더십이 느껴지는 이영 의원의 모습. 자료= 홍보팀

◆ 여성 창업가로서 맞닥뜨린 길

남성 중심의 기업문화에서 여성 창업가가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이 의원은 타언론 인터뷰에서 여성 벤처기업은 업계 10% 수준으로, 투자 대비 생존율이 낮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신뢰와 믿음을 중시하는 비즈니스에서는 네트워크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데, 산업계에서는 여성 종사자가 매우 드물어 그 관계를 형성해나가기가 어렵다. 남성이 지배적인 산업계에서 여성은 신뢰를 구축하는 기간이 오래 걸린다. 그 기간을 버티는 게 지난한 과정이다. 이 의원은 여성으로 창업을 하는 것이 “솔직히 말하면 어려운 줄 몰랐다”면서 “만약 알았다면 안 했을 것”이라고 농담처럼 말했다.

“우리나라에 남녀평등이 많아졌지만 산업계는 아직 그렇지 않아요. 창업한다는 건 인생의 주도권을 가져오는 거예요. 내가 생각하는 상상을 현실화시키는 꿈의 여정이죠. 그 길이 희망적일 수도 있고 비관적일 수도 있지만 매 순간 책임을 져야 하죠. 우리의 생각보다 현실은 녹록지 않아요. 그 과정을 슬기롭게 갈려면 반드시 경험 있는 여자 선배를 찾아서 그 길을 슬기롭게 갔으면 해요.”

이 의원은 사회적 역할에도 꾸준히 힘썼다. 2015년에는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직을 맡았고, 2019년에는 신생 벤처기업들을 지원하고자 ‘와이얼라이언스 인베스트먼트(Y-alliance Investment)’를 설립했다. 이러한 행보 끝에 결국 국회의원까지 됐다. 여성 창업가로서 두각을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역할에도 노력을 기울인 원인과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사실 DNA 문제인 것 같아요. 돈에 큰 관심이 없어요. 기술을 파고드는 게 더 재밌죠. 30대 중반이 되면서 제가 살아온 삶 때문에 느낀 게 많아요.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생산, 창작하는 사람들이 돈을 벌기 어렵고 소프트웨어 사업을 영위하기가 힘들어요. 저는 제가 마이너리티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보면 20년간 마이너리티로 살아온 거죠. 20년간 했는데도 IT 여성은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목소리를 내야 할 상황이 본의 아니게 많아진 거죠.”

◆ 대학생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저는 안 돌아갈 거에요(웃음). 세상을 살아 보니까 생물학적 나이와는 상관없이 과거를 얘기하는 사람이 있고 미래를 품고 현재를 사는 사람들이 있어요. 어디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어느 때부터는 해본 적이 없어요. 앞으로도 아까운 시간들이 많이 남아 있거든요. 그래도 꼭 돌아가야 한다면 다양한 경험을 할 거 같아요. 학교에서 배우는 게 앎의 현장이라면 삶의 현장도 필요해요. 그 두 개가 융합됐을 때 사람은 성숙해지는 거거든요. 대학생으로 돌아가면 공부도 열심히 하겠지만 그것만큼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할 거 같아요.”

출처 : 광운대신문(http://kwnews.kw.ac.kr)